단체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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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들아, 이제부터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요. 들판이나 울타리 사잇길에서는 얼마든지 놀아도 된다. 하지만 맥그리거씨네 정원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단다."

"동화에서 다루지 못할 소재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각각 100만 부 이상 팔린 '나쁜 어린이 표'(1999)와 '마당을 나온 암탉'(2008) 역시 동화는 해피 엔딩의 예쁜 이야기라는 편견에 맞선 이야기다. '나쁜 어린이 표'는 담임교사로부터 나쁜 어린이 스티커를 받고 화가 난 초등학생의 시선에서 썼다. 체벌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린이는 물론 양육자와 교사의 공감을 사면서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애니메이션 영화와 연극으로도 재탄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슬픈 결말이라는 아동문학의 금기를 깼다. 그는 "어린이에게 죽음이 없는 것처럼 가리면 가려지느냐"며 "죽음이 없는 것처럼 분리하지 않고 어린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가 동화의 주 독자이자 첫 번째 독자라는 사실은 변함 없지만 동화는 "인간이 지켜야 할 진실한 마음을 다루는 이야기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이며 가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화가 어린이 교육 지침서가 아닌 문학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동화를 어린이의 전유물로만 보지 않기를, 모두가 공감할 정도의 설정과 묘사로 어떤 소재든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출간된 '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에는 이 같은 그의 동화창작론이 담겼다.

최근 ‘월급 사실주의’는 조용히 입소문이 나면서 작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오기도 한다. 황 작가도 이전의 두 소설집을 읽고 먼저 연락을 취했다. 황 작가는 “최근 문단에서 당대 현실에 대해 사실적인, 어떤 면에선 노골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쓸 수 있는 장(場)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소설집은 황 작가를 포함해 김동식 서수진 예소연 윤치규 이은규 조승리 황모과 등 8명이 참여했다. 새로운 구성원만큼 다루는 현장도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모과 작가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예 작가는 플랫폼 업체의 별점에 전전긍긍하는 등 노동자의 애환을 그렸다. 조 작가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서 작가는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를 다뤘다.

다양성을 담아내는 동인 ‘월급 사실주의’에도 원칙이 없진 않다. 발품을 website 팔아 현장감 있는 소설을 쓴다는 목표가 있다. 원년 멤버인 정 작가는 “앉아서 쓰지 말자, 앉아서 쓰면 다 티가 난다는 게 공감대”라며 “동인 소설집 나올 때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이렇게 많구나’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그동안 노동소설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념적인 얘기 위주였거든요. 노동이란 단어 자체도 그런 느낌이 있고. 저희는 이걸 다른 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짜로 그 안에서 먹고사는 얘기를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죠.”

책에는 동화 창작을 위한 구체적 조언이 가득하다. 그는 "동화는 서사 문학의 요건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어린이의 이해를 중심에 둬야 하므로 소설과 달리 좀 더 어린이 시각에 맞춰진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나 역시 이 대상(어린이)을 이해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동화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당연히 어린이다.

아동문학의 고전 중 고전으로 꼽히는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1902) 중 한 대목. 엄마 토끼가 아기 토끼들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하는 까닭이 있다. 아빠 토끼가 "맥그리거씨에게 붙잡혀서 그의 부인이 만든 파이 속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1997년 어느 출판사의 책꽂이에서 우연히 이 책을 처음 펼쳐 읽었던 순간의 충격을 황선미(62) 작가는 이렇게 전한다. "뭐야, 토끼가 농부에게 붙잡혀서 죽고, 음식이 됐다는 이야기잖아! 이거 분명히 동화인데… 사랑스러운 책 모양에 그림도 앙증맞고 기껏해야 예닐곱 살짜리 대상의 이야기라고!"

예나 지금이나 동화에는 금기가 여럿 따른다. 당시만 해도 "똥이나 오줌 같은 더러운 것, 칼이나 피와 같은 위험한 것, 죽음 이별 같은 슬픈 것, 욕이나 이혼 등"을 다루는 것은 터부시됐다. 그런데 120여 년 전 출간된 동화에서 이미 잔인성이 최대치를 찍은 묘사가 등장했었다니.

최근 만난 황 작가는 "책을 펼쳐 든 순간 불이 켜지는 것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며 "금기 소재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이후 그의 창작 방향을 바꿔놨다. 올해로 등단 30년,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화작가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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